요즘 한낮 기온이 25도를 웃돌며 햇볕이 강해지고 있다. 봄볕은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갑게 느껴진다. 겨울은 일조량이 적고 햇볕 강도가 약하지만, 봄은 옷차림이 가볍게 바뀌고 연약해진 피부가 햇볕에 노출되면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때문에 '봄볕에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 햇볕에는 딸 내보낸다'는 속담도 있다.
봄은 피부건강에 썩 좋은 환경이 아니다. 봄이면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는 데다 미세먼지나 꽃가루 등으로 오염되기 쉽다. 또한 잦아진 야외활동으로 자외선에 노출될 위험이 더 커진다.
자외선은 피부 화상과 기미, 검버섯, 주근깨, 주름 등 색소침착과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조직으로 이뤄져 있는데 가장 바깥쪽은 표피라고 불리며 표피 아래에는 진피가 있다. 진피 아래쪽에는 피하조직이 있으며 이곳에는 모낭(毛囊·털주머니), 한선(汗腺·땀샘), 지선(脂腺·기름샘), 유선(乳腺·젖샘) 등의 선조직이 있다. 피부는 상처가 나을 때 딱지를 만들어 빨리 아물도록 돕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땀을 흘려 체온을 36~37도로 유지하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대표원장은 "피부는 기온이 올라 야외활동이 증가하면 상처를 입기 쉽고, 고온다습한 날씨로 땀이 자주 나면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며 "햇볕이 강하고 무더운 5~9월 무좀, 농가진, 습진, 건선, 비듬, 두드러기 등 같은 피부질환이다.
요즘 조심해야 할 피부 질환은 문제가 없을 정도로 햇볕을 짧은 시간 쪼였는데도 가려움증이나 발진 증상이 나타나는 '광선과민증(光線過敏症·광과민증·광민감증)'이다
자외선은 피부 화상과 기미, 검버섯, 주근깨, 주름 등 색소침착과 피부 노화를 촉진한다.
주요 광선과민증에는 다형일광진(多形日光疹) ,일광(日光·햇빛) 두드러기 , 약제성(藥劑性) 광과민증 등이 있다.
다형일광진은 피부가 아직 강한 햇볕에 익숙하지 않은 초봄에서 초여름에 걸쳐 발병하기 쉽다. 햇볕을 쬐는 것에 익숙해져 내성이 생기는 여름 이후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다형일광진은 겨울 동안 노출되지 않았던 팔 바깥쪽, 목둘레, 가슴둘레 등 부위가 햇빛에 노출된 후 반나절 정도 지난 뒤 가려움증을 동반한 붉은색 작은 습진이나 물집 등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심할 경우 오심과 구토를 동반할 수 있다. 10~30대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며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경우 잘 발생한다.
우에노 료이치 일본 히후노 클리닉 닌교초(도쿄 소재) 원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자외선 자극에 의해 어떤 알레르겐(항원)이 생겨 지연형 알레르기 반응(遲延型·항원과 접촉했을 때 그 극대에 도달하는데 24~48시간이 소요되는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라고 밝혔다.
증상은 2~3일이면 흉터 없이 저절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스테로이드 외용약(피부에 바르거나 붙이는 약)을 바르면 빨리 낫는다. 예방이나 대책은 긴팔 의복이나 모자, 양산 등으로 차광(遮光)하고 피부가 노출되는 부위에는 자외선을 방어하는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광 두드러기는 햇빛이 비치는 중이거나 직후부터 노출된 부위에 열감을 동반하는 발진과 가려움증이 생긴다.
평소 햇빛에 노출되지 않는 몸, 팔다리 등은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며 자주 노출되는 얼굴과 손 등은 약하게 나타난다. 햇빛이 닿지 않는 그늘이나 실내에 들어가면 수십 분에서 1~2시간 뒤에 증상이 사라진다.
일광 두드러기는 '즉시형 알레르기 반응'으로 가시광선이나 자외선이 주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가시광선에 의한 일광 두드러기는 자외선 차단제(선크림)로는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긴 옷을 입어 차광하고, 외출하기 약 1시간 전에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한다.
약제성 광과민증은 내복약이나 주사약 등 전신 투여 약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뒤 햇볕을 쬐면 그 부위만 빨갛게 붓고 물집이 생기는 등 심한 햇볕에 그을린 듯한 상태가 된다.
모리와키 신이치 오사카의과대 피부과학교실 교수는 "약제성 광과민증 원인이 되는 약제는 약 300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례로 고혈압과 부종치료에 사용되는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라고 하는 성분을 배합한 강압제(降壓劑)를 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분자 표적치료제로 불리는 항암제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에 포함돼 있는 비타민B6가 약제성 광과민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약제성 광과민증은 원인이 되는 약제를 특정해 피하는 게 중요하다. 다른 약으로 변경하기 어렵다면 옷으로 차광하고, 노출 부위는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준다. 증상이 생겼을 때는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바르며 가려움증이 심하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도록 한다.
파스처럼 피부에 붙이거나 광과민성 물질을 복용한 후 햇빛에 노출 시 발생하는 피부질환을 광접촉 피부염이라고 한다. 항염증 성분인 케토프로펜을 포함한 부착제로 인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모리와키 교수는 "부착한 부위에 자외선 A파(UVA)가 닿으면 강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고, 부착제 모양이 들뜨듯 붉게 부어올라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예방하려면 햇빛이 비치는 부위에 부착제 사용을 피하고, 떼어낸 뒤에도 1개월 정도 햇볕을 쬐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광과민증이 의심되고, 반복되는 발진이나 강한 가려움증으로 일상생활이나 직장 일에 지장이 있다면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증상이 생겼을 때 사진을 찍어 두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